내일은 실험왕 7대죄악 합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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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 by 나래꽃


허홍이 정신과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는 그가 정신과에 다니게 된 지 오래됐는데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범우주 녀석이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허홍을 목격했다. 모자를 눌러쓰고서 누가 보는 건 아닌지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이 사실을 나 외에 누가 알고 있을까? 범우주는 입이 가벼우니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됐을지도 모르지.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여기저기 말하거나 참견하고 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범우주 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와 강세나, 허홍의 과거를 들춰낼 때도 그러했고, 그 후에도 여러 번 만나는 모든 사람한테 오지랖을 부렸다. 그런데 그의 마음에 선의가 있었기 때문인지 결과가 좋을 때가 많았다. 이번에 내게 허홍의 소식을 알려준 것도 내가 그에게 신경 써 주길 바라서일 것이다.

범우주는 오늘도 친구들 틈에서 웃고 있었다. 호탕한 미소를 띤 얼굴로, 시끄러운 목소리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를 둘러싼 친구들은 자유분방한 머리색을 하고서 떠들썩한 쉬는 시간을 보냈다. 그가 내게 다가왔다. 짓궂은 듯하지만 애정 어린 태도로 책 속에만 빠져 있던 나를 교실 속 풍경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허홍은 자습서만 쳐다보는 학우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겠지. 약점을 드러내면 곧장 끌어내려지는 그런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겠지. 일찌감치 나의 결점을 받아들여야 했던 나의 부모님이 내 건강을 생각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학교만 보내는 동안, 그 녀석은 명문 사립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영재들만 가는 중학교를 거쳐 한국 최고의 과학고에 진학했다. 마치 조금의 결점도 허락되지 않는 인생처럼.

허홍은 초등학생 때부터 불안정했다. 남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자신이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입만 열면 주위 사람들을 까내리기 바빴고, 자주 두려워했고, 잘못된 사람에게 휩쓸렸다. 그가 불안정한 상태고, 스스로의 상태를 드러내기는커녕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 한다는 사실을, 갈수록 더 힘들어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픈 걸 숨기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방치했다.

그 녀석은 항상 그랬어. 물 공포증을 숨겼고, 여자아이 같은 취향을 숨겼고, 취약해 보이는 모든 것을 숨겼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는 걸 세상 그 누가 비난한다고…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무엇인가? 그의 부모님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 환경 때문인가? 사건 때문인가? 역시 그를 옆에 끼고 주무르던 태양초 교장, 그 작자를, 그의 잘못된 행적들과 뒤틀린 이념을 폭로해야 했을까? 나는 모른다. 한 번도 허홍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으니까. 그의 문제가 무엇이든, 그건 그의 문제이고, 그건 그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니까.